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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공지
서일복 교수님을 만나다.
- 한의과대학
- 조회 : 1568
- 등록일 : 2022-05-30
서일복 교수님을 만나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의 27년, 그리고 교수직의 퇴임과 새로운 삶
예과 2학년 조직학 시간, 서일복 교수님과의 첫 만남을 회상해본다. 하필이면 금요일, 나른한 오후의 조직학 수업은 이론 시간도 실습 시간도 너무나 어려웠다. 그렇지만 교수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실습 시간마다 땡시를 통해 학생을 공부시키려는, 우리에 대한 애정은 우리 모두에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조직학과 해부학, 지금의 양방병리학 모두 학우들이 힘들어하는 과목이지만, 모든 학생에게 서일복 교수님은 사랑받고 있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와 학생에 대한 애정 덕분에 어려운 내용이지만 조금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교수님의 퇴임 소식은 우리 학생들에게 너무도 아쉬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이에 5월 25일, 퇴임을 맞으신 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하였다.
Q. 교수님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세명대학교에서 27년간 해부학, 양방병리학을 강의한 서일복입니다.
Q. 27년이라니 정말 오랜 세월입니다. 처음 부임하시던 순간을 회상하신다면?
A. 1995년 3월에 처음 부임을 했는데, 학교에 처음 방문한 것은 면접을 보러 왔던 1994년 겨울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고속도로도 없었고, 치악산 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운전하는데 마침 눈도 내렸어요. 그때는 겨울방학이라서 학생도 없고 교수도 없고, 그냥 허허벌판에 나 혼자서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시골이구나, 내가 이런 시골까지 와서 무언가를 하게 되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지금 와서 회상해보면 그때 세명대에 부임한 건 너무도 다행이고 축복이었어요.
Q.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여쭙겠습니다.
A. 원래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수의사였어요. 대학원에서 수의병리학을 전공했는데, 병리에서 약물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를 하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계속 연구를 하다가, 고려대 간호학과·동남대 방사선학과 등 강단에도 서게 되었어요. 강의가 정말 적성에 맞고 학생에 대한 애정도 생기게 되더군요. 그 때 이후로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교수직을 선택하게 됐지요.
Q. 재직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카데바 실습을 하던 첫 해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당연하지만 카데바 관련된 시설과 시신을 기증받을 수 있는 절차가 아무 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때 카데바 실습을 꼭 시켜주겠노라고 학생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정말 절실했지요. 한의대는 카데바 실습을 하지 않던 시절이라, 온갖 의과대학과 랩을 찾아다니면서 한 구만 기증해 달라고 애걸을 했어요. 물론 대부분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결국 카데바를 구하지 못했어요. 정말 이제 어쩌나 하고 고민에 휩싸여 있는데, 때마침 여러분도 들어 봤을 한약분쟁으로 학생들이 1년간 수업 거부에 들어갔어요. 결과적으로는 시간 여유가 생기게 된 거죠. 그 다음 해부터는 제천시의 협조로, 시신을 기증받게 되었어요.
그렇게 어렵게 카데바 실습을 시작하였는데, 지금 우리 한의학관에 보면 기증자 추모실이 있죠. 전국에서 의과 한의과 통틀어, 기증자 추모실을 학교에 갖춘 것은 우리 학교가 처음이에요. 실습에 필요한 시설을 갖춰갈 때도 기뻤지만 그때 특히나 감회가 새롭더군요.
Q. 교수로서 특히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요?
A. 학생들의 애정을 받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예과 학과장을 맡을 때, 예학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불만을 가진 후보 학생이 인터넷 공간에 저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죠. 그때 정말 놀랐던 것이, 다른 학생들이 그 게시판을 저를 지지하는 글로 모두 뒤덮어서 저를 응원하고 위로하려고 해줬던 일이었어요. 결국엔 그 학생도 저에게 와서 사과를 했는데, 학생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고 감동을 받았지요.
Q. 교직 생활을 마치는 교수님의 소회는 어떠신가요?
A. 기쁩니다. 아내를 보낸 후에는 정말로 기쁨이 없었어요. 아들이 셋이 있는데, 첫 아들이 올해로 서른세 살, 다운증후군 환자예요.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한데, 돌봄이라는 건 시간을 정해두고 할 수 있는데 아니라 수시로 제 도움이 필요해요. 퇴임한 후에는 걱정 없이 아들과 있을 수가 있죠. 은퇴 후에 더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점인데,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사이의 사랑이에요.
한편,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에게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어 너무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Q. 은퇴 후에 시작하신 일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아까 말했듯이 일단 아들과 많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요. 그 외에 농사터를 손수 가꾸어 보고 있어요. 아주 보람차고 기분 좋은 일이더군요.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보는 일도 하고 싶어요.
Q. 세명한의 학생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A. 한의사가 된다는 것의 보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일 겁니다. 그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공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사랑해야 해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동기간, 선후배 간에 서로서로 많이 도우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에게 세명대란?
A. “제 삶이죠!” 올해 환갑을 맞았는데 햇수로 28년간을 있었으니 거의 여기서 삶을 보낸 겁니다. 기쁨과 보람 같은 삶의 가치들을 정말 많이 얻고 갔어요.
Q. 그 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노래패 ‘유급시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공부 외에 그 학생들과 정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유급시한 친구들이 졸업하고 결혼한다는 말을 들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참석을 하곤 했어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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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