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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경제매거진] 디도스가 남긴 것

  • 관리자
  • 조회 : 3673
  • 등록일 : 2009-08-18
 

경제매거진 8월호


디도스가 남긴 것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초등학교 시절, 꽤 높고 긴 고가도로를 넘어 학교에 오가야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고가를 오를 때 마다 ‘이 계단이 자동으로 움직였으면’ ‘가만히 서 있어도 이 길이 나를 운반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골똘하게 했었다. 그 시절 심취했던 공상과학 만화에서는 로봇이 집안을 청소하고, 먼 나라에 있는 과학자들끼리 텔레비전 같은 화면을 통해 회의를 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3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꼬마가 소원했던 ‘에스컬레이터’와 ‘무빙 워크’는 대형유통업체나 공항, 지하철 같은 곳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됐다. 만화에 나왔던 청소 로봇도 많은 가정에서 쓰고 있고, 화상통화는 휴대전화로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상상을 현실화하는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정말 놀라워서,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감히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실화되는 상상이 항상 편리하고 즐거운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쟁의 파괴력이 커지고, 위성을 통한 정밀 촬영이나 도청 기술의 발달은 사생활침해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7월 7일부터 며칠 동안 큰 파문을 일으킨 ‘디도스(DDos:분산형 서비스거부 공격)사태’는 바로 ‘상상이 현실화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킨 사건이었다. 누군가의 조종으로 수 만 개의 개인 PC가 저도 모르게 ‘좀비’가 되어 사이버 테러에 가세하고, 이로 인해 주요 기관들의 홈페이지가 마비된 일은 ‘최악의 사태’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네트(Net)"에서처럼 한 사람의 존재가 사회에서 지워져 버리는 전산기록 조작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생각해 보게 됐다. 부르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4‘에서처럼 사이버테러로 국가전산망이 마비되고 사회 전체가 공황에 빠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부실로 출발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 데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각국 금융시장이 촘촘히 연결된 탓도 크다. 이번 디도스 공격은 만일 어떤 세력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이런 금융망이 교란될 때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하는 불안도 일깨운다. 만일 여러 나라가 갖고 있는 핵탄두의 통제망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혹은 영화에서처럼 항공 통제 시스템이 조작돼 비행기들이 도심의 고층 건물들로 마구 돌진한다면 어쩔 것인가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보안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특히 취약하다는 대목이다. 카이스트(KAIST)의 안철수 교수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03의 1.25 인터넷 대란과 2008년의 옥션 1천만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보안 문제가 그렇게 강조되었는데도 정부나 기업, 개인들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국가 IT 예산 중 보안관련 투자는 1% 수준으로, 10% 내외인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고 한다. 기업들도 보안관련 기술이나 인력투자에 인색하고, 개인들은 공짜로 배포되는 백신 설치도 귀찮게 여길 만큼 보안 의식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디도스 사태는 어쩌면 이렇게 낙후되어 있는 우리의 인터넷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IT 선진국’에 걸맞는 대비를 하라고 주어진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상상 속의 재앙’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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