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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미디어오늘] 언론의 직무유기가 아프간 파병으로 연장
- 관리자
- 조회 : 5115
- 등록일 : 200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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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교수, 국내언론 전쟁보도 비판 |
세명대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쟁 현장에 한국 기자는 없고, 기사는 특정 정보원의 정보에 매몰돼 전쟁의 본질을 파헤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언론의 직무유기가 아프간 파병 논란까지 불러왔다는 일침이다.
이 원장은 26일자 한겨레 지면에 실린 <시민편집인의 눈- ‘안보’와 정신까지 손상시킨 미국식 전쟁보도 맞서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글은 이 원장이 한겨레 시민편집인이라는 직함으로 게재한 것이지만, 비판의 대상이 단지 한겨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대목은 없는지 함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한국 언론의 전쟁 보도를 외국 사례와 비교해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
그는 먼저 대부분의 한국 언론사가 전쟁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언론사가 아프간이든 서해 섬이든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않고, 정부나 군당국의 발표 또는 외신에 전적으로 의존해 보도하는 태도가 관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먼저 대부분의 한국 언론사가 전쟁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언론사가 아프간이든 서해 섬이든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않고, 정부나 군당국의 발표 또는 외신에 전적으로 의존해 보도하는 태도가 관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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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26일자 한겨레 25면 | ||
이 원장은 “특파원을 보내기 어렵다면 프리랜서를 활용하거나 현지인을 통신원으로 고용해 독자적 취재망을 갖출 수도 있”음에도 한국 언론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음을 꼬집었다. 특히 서해교전 당시에도 현지에 기자를 파견하지 않은 데 대해 “사건 직후 현지에 기자를 파견했더라면 발표에만 매달리지 않고 더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두 번째 화두로 던진 것은 한국 언론의 정보원이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보다는 국내, 외국이라 하더라도 특히 미국에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라크전 초기 <한겨레> 기사에 인용된 정보원의 비율은 미국과 영국이 아랍국의 5배나 됐는데 그 비율은 <조선일보>와 동일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참혹한 폭격현장을 묘사한 르포기사나 감추어진 전쟁의 목적을 파헤치는 분석기사”를 찾아보기 드물고 “전쟁을 오락실의 게임처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보도가 많은 것은 바로 이같은 “한국 언론의 취재 방식과 선정주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우리 언론의 이런 ‘직무유기’가 아프간 재파병 논란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프간 재파병은 언론이 안이하게 만들어낸 가상현실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많은 피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의 주축인 파슈툰족은 종족과 종교의 명예를 중시하고 그것이 더럽혀졌을 때는 반드시 복수하는 전통이 있다”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이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도로 포장공사를 하고 있는 삼환기업의 노동조합은 “추가 파병 결정 이후 아프간 현장에는 탈레반들이 가끔 박격포를 쏘기도 해 노동자들이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현장 직원들의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삼환기업의 아프간 현장은 지난 10월부터 세차례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공사장비가 불에 탔고 경호차량의 뒤를 따라가던 회사 버스도 총격을 받았는데, 이들은 아프간에 한국군이 파병되면 탈레반이 한국인을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설 위험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으로 시선을 국내로 돌린 이 원장은 “북한과 관련해서는 군사력과 전쟁 도발 가능성이 지나치게 과장보도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이번 서해교전 보도에서도 북한이 남한의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그런데도 남한의 군비증강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게 우리 언론”이며 “우리 언론이 안보담론에 매몰돼 평화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앞서 제기한 화두들과 관련해 “<한겨레>는 이런 여러 관점에서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해왔는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 물음은 단지 한겨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