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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MBC경제매거진]온실가스감축, 활시위를 당기다
- 제정임
- 조회 : 4860
- 등록일 : 2009-12-03
온실가스 감축, 활시위를 당기다
‘환경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한 건’을 터뜨렸다.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업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는 일은 피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분명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강도 높은 실천의지를 다짐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환경단체 등에서는 선진국들이 10~30%의 감축 목표를 내놓은 것에 비해 우리 정부의 목표치가 너무 낮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들여 탄소를 줄여야 하는 기업들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위주의 경제에서 이 정도도 벅차다’며 우는 소리를 한다. 이런 입장들을 고려할 때, 일단 이번 안을 ‘최소한의 성취 목표’로 삼고 온실가스 감축에 박차를 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산업별, 기업별로 감축 목표치가 적용되고 점검될 전망이다. 자동차나 전자 등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긋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건설자재 등 개발도상국과 경쟁하는 분야에는 비상이 걸렸다. 워낙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데, 다른 개도국과 달리 온실가스감축 의무를 진다면 비용부담이 커지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가급적 감축 목표치의 많은 부분을 교통, 가정, 상업 분야로 돌리고 제조업에는 한꺼번에 큰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운송이나 유통 등 서비스업 분야, 그리고 일반 가정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앞으로도 계속 늘 텐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여야하기 때문에 혼잡통행료 확대라든지, 10부제 같은 자동차 통행제한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유류관련 세금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상업용 건물이나 가정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를 올리거나, 에너지 절감형 제품이나 시설로의 교체를 의무화 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국민 생활에는 불편과 부담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정책전환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려내기 위한 지구촌 가족의 의무일 뿐 아니라 ‘녹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온실가스감축을 하지 않는 나라 제품에 ‘탄소관세’ 혹은 ‘국경세’를 물리기로 하는 등 무역에서 불이익을 주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또 신 재생 에너지 등 이른바 ‘녹색기술’을 선점한 나라들이 점점 더 경쟁우위를 누리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차원에서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개발을 강행하는 정부의 행보는 ‘환경과 개발의 조화’라는 ‘녹색경제’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이 전체적으로 명실상부한 ‘녹색’이 될 수 있도록 재점검하고 수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업과 가정들이 행동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언행일치’와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