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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캠퍼스에 ‘외계인’ 숨어들었나?
- 관리자
- 조회 : 5857
- 등록일 : 2010-10-06
대학 캠퍼스에 ‘외계인’이 숨어들었나? | |
푸른 얼굴ㆍ몸뚱이에 안테나 삐죽 세운 저것은.... | |
<한겨레>가 예비언론인들이 만든 온라인 저널 <단비뉴스>(danbinews.com) 소식을 전합니다.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40여명이 기자·피디로 나서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은 문제를 열정과 패기로 파헤치는 젊은 미디어입니다.
“와, 외계인이다~.”
충북 제천시 세명대 캠퍼스. ‘외계인’이 숨어든 걸까? 잔디밭 큰 나무들 사이에 납작 엎드려 있는 푸른 얼굴, 푸른 몸뚱이의 낯선 생명체. 겁먹은 듯한 큰 눈에 머리 위로 삐죽 솟은 안테나가 영락없이 ‘숨어있다 들킨 외계인’이다. 자세히 보니 수상한 생명체가 한 둘이 아니다. 대학본부 가는 길에도, 공학관 앞에도, 도서관 앞에도.......곳곳에 비슷한 것들이 숨죽이고 앉아있다.
“눈ㆍ코ㆍ입과 더듬이를 갖춘 모습을 보면서 외계로부터 수신중이라고, 곧 변신할 거라고 친구들과 얘기 많이 해요.”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김은정(23)씨는 이 ‘외계인들’이 학생들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에 처음 온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외계인들’이 언젠가 우주로부터 ‘미션’을 받아 움직일 거라는 둥 재미있는 상상들을 많이 한다.
사실 김씨가 말하는 ‘외계인’은 독특한 모습으로 다듬어진 나무다. 잎이 무성하게 자란 향나무를 모양을 내서 다듬은 것이다. 삐죽이 나온 가지들을 다 정리하지 않고 일부러 안테나처럼 ‘더듬이’를 남겨 둔 것이 ‘외계인’ 파동의 출발이 됐다.
그런데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쯤 된다는 세명대의 드넓은 캠퍼스엔 ‘외계인’ 말고도 갖가지 모양의 나무가 학생과 교직원들의 시선을 뺏는다. 곰 같기도 하고 토끼 같기도 한 나무, 바닥에 누운 거북이 모양, 공룡 모양 나무도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나 냄직한 층층 케이크 모양도 있고, 꽈배기 모양 나무도 있다. 그 뿐인가. 우산, 포크, 수저 등을 찾도록 만든 ‘숨은그림찾기’ 나무도 있다. 도대체 누가 나무를 갖고 이런 ‘장난’을 친 것일까?
"틀에 박힌 조경을 떠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거죠. 힘껏 창의력을 발휘해서 변화를 주는데, 나무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조경팀 중 한 분이 학생회관 앞에 있는 나무를 사람 얼굴 모양으로 다듬었는데, 학생회관에서 일하는 미용사분이 ‘예술’이라고 칭찬합디다. 그럼 신이 나는 거죠.”
이 팀장과 함께 일하는 기술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등에서 조경을 했던 인력이라 말 한마디면 척척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런 팀워크로 한 해 두 번, 3월과 9월 개강 철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손질한다. 그러면 봄 학기에 꽈배기였던 나무가 가을 학기엔 단아한 탑으로 변신하고 덥수룩한 덤불이 4단 케이크로 바뀐다. 학생들은 ‘이번엔 또 무슨 모양이 등장할까’ 호기심을 갖고 기다린다.
세명대 나무들의 개성 있는 변신은 5년 전 이 팀장이 제천 ES 리조트에서 자리를 옮겨 오면서 시작됐다. 이 팀장의 ‘창의적’ 조경은 ES 리조트에서 14년간 일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사장이 외국의 리조트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개성 있는 조경’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양한 시도를 해 본 것이 큰 자산이 됐다고 한다.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한 세명대 캠퍼스. 이 잎들이 지고, 해가 바뀌고, 나무들이 봄옷으로 갈아입으면 이곳엔 또 어떤 ‘별난 생명체’들이 등장할까?
글 사진 단비뉴스 전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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