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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별과의 대화
- 이정화
- 조회 : 618
- 등록일 : 2015-11-03
별과의 대화 | ||||||
[글케치북] 남이 본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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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네가 사법고시를 그만뒀을 때 나는 기뻤다. 남자로 태어나 법관이라니 네 인생이 아깝지 않으냐. 권력과 부를 탐한 것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입력된 규칙에 따라 결과를 산출하는 계산기와 정해진 법에 따라 판결을 내놓기만 하는 판검사가 무엇이 다르냐. 내 신세를 봐라. 인간들이 멋대로 정한 잣대에 어제는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추켜올려졌다가 오늘은 변방의 쓸모없는 자투리별로 폄하되고 말았다. 먼지 같은 지구인들아, 뉴턴의 법칙이니 상대성의 법칙이니 주워섬기며 불과 몇 천 킬로 차이로 별의 등급을 결정하는 너희가 나는 우습다. 너희는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감히 판관을 자처하느냐. 규칙을 뛰어넘는 눈을 키워라. 네가 규칙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을 때 나는 기뻤다. 네가 사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규칙과 현상들을 발견한다면 그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너로 인해 더 지혜와 슬기를 얻는다면 네 지위는 낮아도 너는 이미 큰 존재다. 지금 비록 초라해도 스스로를 높여라. 나는 태양계에서 가장 작지만 저승의 신의 이름을 따서 ‘Pluto’, 명왕(冥王)이라 불린다.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를 보아라. 가장 멀리 있지만 사람들이 결국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더냐. 자신의 가치를 믿어라. 우주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