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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뜨뜻한 바다’에서 물고기는 떠나고
- 이지민
- 조회 : 655
- 등록일 : 2015-11-14
‘뜨뜻한 바다’에서 물고기는 떠나고 | ||||||
[원전재앙은 막자] ④ 온배수로 황폐해지는 어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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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산란지라 옛날에는 농어며 민어, 광어, 감성돔 안 나오는 게 없었어. 넘쳐났어. 그런데 원전 생기고 나서 계속 줄어. 아주 꾸준히 줄기만 해, 줄기만. 옛날에는 안마도 바깥쪽으로 나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 그런데 어떡해, 고기가 안 나오는데. 밥벌이라도 하려면 나가야지 어쩌겠어.” ‘원자로 식힌 물’ 탓 해수욕장도 발길 끊겨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군의 어부 임항표(65)는 매일 새벽 3시면 2톤(t)짜리 어선 ‘금동’을 타고 안마도 인근으로 나간다. 두 시간이나 배를 몬 뒤 전날 설치해 둔 그물을 걷어보지만 수확은 시원찮다. 발전소에서 원자로를 식히고 나온 뜨끈한 물이 인근 바다의 수온을 올려놓는 바람에 물고기들이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부터 2002년까지 6기의 원자로를 순차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한빛원전은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의 8.6%인 4438만1471메가와트시(MWh)를 생산한 국내 최대 규모 핵발전소다. 이곳에서 만든 전기가 수도권 등의 경제를 힘차게 돌리고 있지만, 막상 지역 주민들은 갈수록 생계가 막막해지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영광군 법성포에는 매일 아침 9시 수협 위탁판매장이 열린다. 어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임 씨도 이곳에 들러 물고기들을 내놓지만 한 달 수입은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오전 느지막이 계마항에 ‘금동’을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는 처져있었다. 홍농읍 계마리 서쪽 끝 언덕 위에 자리한 그의 집에서 2Km 거리에 한빛원전 1호기가 있다. 둥근 지붕 모양의 재색 건물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