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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계엄 네 시간 전, 단비 환경부가 모인 이유
- 선견지명
- 조회 : 293
- 등록일 : 2024-12-05
단비뉴스 환경부(지도교수 제정임, 부장 김민성)가 지난 3일 오후 6시 충북 제천시 모산동의 한 고깃집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대책 회의를 열었다. 언론 통제 방침이 담긴 계엄령 포고령 발표를 앞두고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
단비뉴스 환경부가 우림정에서 2024-2학기 두 번째 회식 겸 회의를 열었다. 부원들이 계엄 선포 네 시간 전임을 손가락으로 알리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림정
졸업한 선배(8기 한겨레 박고은, 전광진)가 문화관에 찾아와 지난주 환경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제쌤은 이번 주에는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저녁 외식을 주최하셨습니다.
기존 회의 장소인 단비서재에 모이지 않고 단체로 문화관을 떠나는 환경부원들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이는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이날 밤 11시부터 통제될 언론 활동을 어떻게 이어갈지 논의하는 것이 회식 겸 회의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쌤은 다 알고 계셨던 겁니다.
제쌤께서 언론 활동 통제에 대응할 방안을 설명하고 계신다. 곽재화 기자
우림정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고(정말 없었습니다) 비밀회의를 하기 딱 좋은 방이 있었습니다.
우림정이 자랑하는 생삼겹살도 맛있습니다.
제쌤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허용된 환경부 회의를 기념하려 14기 전주방송 강훈 기자가 선물한 사과주를 들고 오셨습니다.
부원들은 이 술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제쌤은 차를 가져온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환경부에서 두 학기를 활동한 재화 기자는 자신이 보수의 텃밭에서 자라 친정부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일까 우려하며 말없이 고기를 구웠습니다.
사실 재화는 그냥 고기를 잘 굽는 아이입니다.
재화는 이번 학기 활동 소감에서 “수직 농장 발제만큼은 철저히 열심히 해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왼쪽) 기자는 최근 MBC 면접에서 겪은 경험 때문에 환경부 활동을 두고 느낀 바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정도 개조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세저리 홍보 영상에도 쓰면 좋겠다고 했는데 영상 제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려 네 학기를 환경부에서 활동하고 졸업을 앞둔 성골 재호 기자입니다.
산불 기사와 해외 취재 기사 등 이번 학기 단비뉴스에서 자랑할 만한 기사들을 써냈습니다.
그는 점점 더 욕심이 생긴다며 자기 이름이 적힌 큰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는 제쌤께 앞으로 국난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물었습니다.
막연한 질문이 많았는데 제쌤은 조목조목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물론, 그 이후까지 역시 다 계산하고 계셨던 겁니다.
제쌤 말씀에 감명받은 아연 기자가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남겨둔 모습입니다.
기자는 역사의 거친 초고를 쓰는 사람입니다.
학자는 묵혔다가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지만 기자는 신속한 취재와 함께 최선을 다해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합니다.
제쌤에게서 전문적이고 진심 어린 조언을 받을 기회를 놓치지 마십쇼.
우리는 된장찌개를 마지막으로 나눠 먹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본분을 잊지 말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외신 보도를 함께 보기로 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약 세 시간 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고 계엄령 포고령도 발표됐습니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단비 환경부는 이를 예견하고 방학 활동 계획까지 마련했기 때문에 담담하게 뉴스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과 다음 학기 환경부도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
***세저리 이야기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일상을 과장법과 익살 등을 활용해 재미 있게 전하는 글입니다. ‘사실 위 모임은 계엄과 무관합니다^^.’***